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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맘31

7. 육아가 예술이 될 때 어떤 일이든지 초보 수준에서는 주어진 매뉴얼을 따라 배우고 일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뒤에는 지금까지 배운 기술들에 나만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새로운 방식을 창조해낼 수 있게 된다. 육아 나이 여섯 살인 나도 이제야 가끔 그런 순간들을 경험한다. 세 아이가 놀다보면 싸우다가 혹은 너무 신난 나머지 서로 엄청나게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두개골이 울리고 짜증이 나서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조용히 해!’라고 샤우팅을 하려다가 머리를 굴린다. 먼저 소리 지르며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가르쳐야 할 내용을 반복해서 일러줘야 한다고 육아서를 통해 배우고 적용해왔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Firm&Warm’이라는 오은영 박사님의 원칙에, ‘Fun’라는 방법을 더.. 2020. 8. 29.
7.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11월 셋째가 작년 10월 말에 태어났기에 지난 해 11월은 내내 집에서만 보냈다. 11월 초 조리원에서 처음 집에 돌아왔던 순간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셋째와 텅 빈 집에 들어서니 집을 떠났던 10월과 다른 냉기가 엄습했다. 그 냉기가 내가 견뎌야할 육아의 온도 같아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서러웠다. 남편은 타지에서 대학원을 다니는지라 주말에만 집에 왔고 다섯 살이던 첫째도 아직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 않았기에 아이들이 주중에는 집에서만 놀아야 했다. 세 아이 돌보고, 집안일을 하다 우울해질라치면 '내 너 올 줄 알았다'며 당황하지 않고 초코쿠키를 먹었다. 작년 11월은 지우개로 지운듯 애써 되짚어봐도 떠오르는 장면이 별로 없다. 하지만 두 번이나 해보았기에 버텼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라며, 나도.. 2020. 8. 12.
5. True Colors 얼마 전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이 지났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남편이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주 6일 출근에 야근이 잦은 직장이었기에 둘 다 매우 지쳐있었고, 뒷일이야 어찌 되든 반갑기까지 한 퇴사였다. 결혼기념일 아침 모처럼 남편은 늦잠을 자고, 나는 아이들과 먼저 아침을 먹었다. 늦게 일어난 남편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했다. “당신, 혼자만의 시간 좀 가질래?” “응응.” 두 번의 '응'으로 강한 긍정과 환희를 표현했다. 남편이 선물받은 카페 쿠폰을 쓰기로 하고 다 같이 카페에 갔다. 나만 혼자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남편은 아이들과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남편 커피는 테이크 아웃해서 주차장으로 가져다주었다. 남편에게 커피를 배달하며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여보, 괜찮겠어?” 물었다. .. 2020. 8. 12.
4. 그 여자네 집 연년생인 여동생과 나는 다정한 사이라기보다는 아웅다웅하는 친구 같은 사이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도 육탄전으로 싸웠을 만큼 상극인 면이 있다. 그래도 취향은 매우 비슷한 편이다. 일례로 둘 다 대학생 때, 추석에 같이 고향에 내려가려고 터미널에서 만나면 칼라모양만 다르고 아예 똑같은 체크 패턴의 옷을 입고 나타날 정도이다. 요즘도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면 같은 책을 읽고 있거나,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가 많아서 놀랄 때가 많다. 동생도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마음이 더 넓은 내가 대학가를 다 돌던 273번 버스를 타고 동생네 학교에 얼굴을 보러 가곤 했다. 대학교 2개가 맞닿아 있던 우리 동네에 비하면 캠퍼스가 작아서인지 그 동네에는 식당도 맛있는 집이 없고 변변한 주거시설도 없어보였다... 2020.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