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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笑疏)육아/살림생각4

4. 내가 선택한 직업, 반(半)주부 전업주부란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집안일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를 말한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나의 공식적인 직업은 전업주부가 맞지만, 안타깝게도 집안일을 꾸리는 수준은 전문적이지 못하다. 살림10년차인데 아직도 냉장고에서 무른 야채가 나오고, 욕실에는 손빨래거리가 쌓인다. 계절마다 하는 옷정리도 잘 안 되고, 냉장고 분리청소도 잘 안 한다. 물론 미취학 아동 세 명을 키우고 있다는 게 훌륭한 변명거리이긴 하다. 전업주부의 정의에 나오는 집안일에 육아도 포함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집안일과 육아는 엄연히 다른 일이다. 집안일은 정리, 청소, 빨래, 설거지, 분리수거 등을 말하며, 육아에는 수유, 재우기, 씻기기, 놀아주기가 포함된다. 아이들 셋이 잘 노는 편이지.. 2020. 8. 4.
3. 청소를 좋아하세요? 살림 10년차, 무수한 집안일 중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집안일이 생겼다. 바로 정리와 청소이다. 정리의 한자어를 살펴보면 '가지러한 정(整), 다스릴 리(理)'로 가지런하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정리라는 행위는 원래 좋아했지만, 6년 동안 세 아이 임신과 모유수유를 반복하며 살림보다 육아에 치중했기에 물건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할 여유가 없었다. 안 쓰는 물건들은 그냥 어딘가 처박기 일쑤였고 그러다보니 서랍만 열어도 한숨이 나왔다. 지금도 치우는 자는 하나고 어지르는 자는 셋으로 일 대 삼의 대결이다 보니 오며가며 하나라도 줍고 서랍에 갖다 넣지 않으면 집이 '집구석'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어질러진 집을 무시하는 나의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어질러졌을 땐 내.. 2020. 8. 4.
2. 식기세척기를 기다리며 집안일 중에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바로 설거지다. 청소는 솔직히 일주일을 안 해도 견딜 만하고, 빨래도 정 바쁠 때는 2, 3일에 한 번 세탁기를 돌린다. 하지만 하루 3번 식사에, 식사 같은 간식을 2번 더 먹는 오식이 삼남매를 키우는 엄마로서 설거지는 정말 피할 길이 없다. 그나마 요리는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즐거움과 두뇌를 사용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기쁨이라도 있는데 설거지는 그럴 여지가 없는 '순전한 노동'이다. 요리하느라 1차, 먹이느라 2차로 진을 뺐는데 설거지까지 바로 이어서 하면 정말 힘들어서 자꾸 미루게 된다. 설거지를 미루지 않기로 자주 다짐하지만 삼일도 못 가서 그만 둔다. 아침, 점심 먹은 설거지를 저녁 먹기 전에 몰아서 하거나, 저녁 먹은 설거지를 묵혔다 아침 먹고 할 때도 .. 2020. 8. 4.
1. 미니멀 라이프 작년 가을 막내가 돌을 넘기니 육아가 좀 수월해졌고 몸도 많이 회복되어 살림을 좀 더 돌볼 여유가 생겼다. 청소를 하고 있으면 첫째가 "엄마, 내일 손님 와?" 물을 정도로 청소와 담을 쌓고 살며 세 끼 먹고 설거지하는 걸 가까스로 해 내는 비루한 삶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동생에게 미니멀라이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더니 팩트로 시원한 찬물을 끼얹는다. "언니는 이미 애 숫자가 맥시멀이라 안 돼." 그 말에 일견 수긍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접지 않았던 이유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미니멀라이프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7살, 5살, 3살 프로난장판메이커들이 사는데 성별 또한 아들, 딸, 아들인지라 옷 정.. 2020.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