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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笑疏)육아/내 사랑 내 가족5

5. True Colors 얼마 전 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이 지났다. 공교롭게도 바로 전날 남편이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주 6일 출근에 야근이 잦은 직장이었기에 둘 다 매우 지쳐있었고, 뒷일이야 어찌 되든 반갑기까지 한 퇴사였다. 결혼기념일 아침 모처럼 남편은 늦잠을 자고, 나는 아이들과 먼저 아침을 먹었다. 늦게 일어난 남편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했다. “당신, 혼자만의 시간 좀 가질래?” “응응.” 두 번의 '응'으로 강한 긍정과 환희를 표현했다. 남편이 선물받은 카페 쿠폰을 쓰기로 하고 다 같이 카페에 갔다. 나만 혼자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남편은 아이들과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남편 커피는 테이크 아웃해서 주차장으로 가져다주었다. 남편에게 커피를 배달하며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여보, 괜찮겠어?” 물었다. .. 2020. 8. 12.
4. 그 여자네 집 연년생인 여동생과 나는 다정한 사이라기보다는 아웅다웅하는 친구 같은 사이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도 육탄전으로 싸웠을 만큼 상극인 면이 있다. 그래도 취향은 매우 비슷한 편이다. 일례로 둘 다 대학생 때, 추석에 같이 고향에 내려가려고 터미널에서 만나면 칼라모양만 다르고 아예 똑같은 체크 패턴의 옷을 입고 나타날 정도이다. 요즘도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면 같은 책을 읽고 있거나,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가 많아서 놀랄 때가 많다. 동생도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마음이 더 넓은 내가 대학가를 다 돌던 273번 버스를 타고 동생네 학교에 얼굴을 보러 가곤 했다. 대학교 2개가 맞닿아 있던 우리 동네에 비하면 캠퍼스가 작아서인지 그 동네에는 식당도 맛있는 집이 없고 변변한 주거시설도 없어보였다... 2020. 8. 12.
3. Sunshine in my soul '우울'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단어였다.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첫째는 태어났을 때부터 피부에 붉은 기가 돌더니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고름이 잡혔다. 항생제를 엄청 써서 겨우 나았지만 그 때문에 나도 제대로 몸조리를 못 하고 병원에서 분유 수유를 한 탓인지 다시 모유수유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이는 백일에도 6키로를 조금 넘을 정도로 저체중아인데다가, 밤잠도 잘 안 자서 돌까지는 밤낮 없이 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했다. 게다가 유학 생활에서 막 돌아온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도 체력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어라,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가.. 2020. 8. 12.
2. 그건 사랑이었네 나는 삼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가족은 과수원을 하며 산 속 집에 살고 있었는데, 적막했던 산생활을 깨뜨린 첫 손주의 웃음소리 그리고 울음소리마저도 그토록 사랑스러웠다고 한다. 이불에 뉘여 질 틈 없이 늘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었고 서울을 가봐도 나처럼 예쁜 아기가 없었다는 말을 아직까지 하실 정도이다. 내가 4살 무렵 읍내에 내려왔다가 다시 과수원에 올라갈 때면 하도 울어서 우리 집은 읍내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 12살 때 부모님이 가게를 시작하시면서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자랐다. 다니던 중학교가 걸어가기엔 꽤 멀었는데 지각한 날에는 아침 늦게까지 주무시는 부모님 대신에 할아버지께서 오토바이로 태워다주셨다. 한 끼라도 밥.. 2020.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