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모예스 - 원 플러스 원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미비포유'로 유명한 작가 조조 모예스의
소설 두 권을 연달아 읽어보았다.
원플러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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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미 비포 유>의 작가 조조 모예스. 그녀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 조금은 제멋대로인, 하지만 어떤 삶이든 따뜻하게 사랑할 줄 아는 여자 제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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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 비포 유>의 작가 조조 모예스. 그녀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 두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싱글맘 제스. 좀처럼 지칠 줄 모르고 약간은 제멋대로인 그녀의 유일한 낙은 열일곱 살 때 낳은 딸아이 수학 천재 탠지의 어려운 수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은 별거 중인 남편이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니키가 편안하게 잠드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녀는 낮에는 가사도우미로,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면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지만 늘 돈에 쪼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탠지에게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찾아온다. 탠지의 수학 재능을 알아본 명문학교 세인트 앤에서 탠지에게 장학금을 줄 테니 입학하라는 권유를 해 온 것. 하지만 아무리 장학금을 받더라도 세인트 앤의 학비는 제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
그녀 앞에 남은 유일한 한 가지 방법은 탠지를 스코틀랜드에 데려가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시키는 것이다. 만약 탠지가 그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 상금으로 학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제스는 그 가느다란 가능성에 운명을 걸어보기로 한다.
미비포유, 스틸미, 애프터유 시리즈와
허니문인파리, 당신이 남기고 간 소녀 시리즈에 이어서
6번째, 7번째로 '원플러스원', '더라스트레터'를 연달아 읽었다.
얼마 전에 조조 모예스의 신작 '호스 댄서'가 나왔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남아있는 읽지 못한 작품들을 읽고 싶었다.
아이를 낳은 후로는 인간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가진 작가들의 글을 더욱더 좋아하게 됐다.
조조 모예스의 글이 그렇다.
유투브에서 나온 저자 인터뷰를 보니 아마도 그녀 역시 세 아이의 엄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ZsMyR0GcY
전자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마음에 와닿은 구절들을 타이핑해봤다.
전자책이라 보기 편한도록 글씨크기, 행간을 조정하다보니 페이지를 적기가 애매해진 것이 아쉽다.
아이의 아빠가 가정을 떠나면 끔찍한 일이 수없이 뒤따른다. 돈 문제, 아이를 위해 억눌러야 하는 분노, 남편을 훔쳐가기라도 할 것처럼 경계하는 친구들의 시선.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진 빠지도록 발버둥치는 일보다 더 끔찍한 것은, 손 쓸 길 없는 상황에 처한 외짝 부모라는 지위가 지구상에서 무엇보다 외로운 자리라는 사실이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싱글맘들의 친구들이 그런 경계의 시선을 보낼 줄은 생각도 못했네. 조조 모예스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속마음을 포착해서 담아내는 작가라서 좋다.
청소 일은 그런대로 좋은 직업이었다. 눈치 볼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고객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일의 단점은 형편없는 고객 (꼭 한 명씩은 있다)을 만나는 것도, 남의 집 변기를 닦다 보면 인생에서 남들보다 한참이나 뒤처진 기분이 든다는 것도 아니었다. 제스는 다른 집 배수구에서 머리카락 덩어리를 빼내는 일에 거부감이 없었다. 휴가용 별장을 빌리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내는 1주 동안에는 돼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는 듯해도 상관이 없었다.
제스가 이 일을 하며 싫은 점은, 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해 시시콜콜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휴가 중에는 사람들이 돼지처럼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는 표현에 빵 터짐 ㅎㅎ
경찰관은 교사들이 여덟 살짜리를 풀죽게 할 떄 짓는 그런 표정으로 제스를 바라봤다. 그 표정의 무엇인가가 제스를 낭떠러지로 확 떠밀었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최근 그녀의 삶은 나지막이 이어지는 북소리처럼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피셔 형제가 다음엔 또 무슨 짓을 할까? 니키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있을까? 탠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 걱정들 아래로 타악기의 저음 하나가 음울하게 둥둥둥 울려 퍼졌다. 돈. 돈. 돈.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아이는 매사에 조심스러웠고, 자기 방에서 나와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는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창백하고 연약해 보였다. 제스는 병원에서 체념한 듯 무표정하게 누워 있던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가장 불행한 자식만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간단하지만, 소름 돋게 마음에 와닿는 표현.
"지금까지 내가 알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 사람은 모두 학교에서 약간 다른 부류에 속하던 사람들이었다. 넌 너와 같은 사람들을 찾기만 하면 돼."
"저와 같은 사람요?"
"너희 종족."
니키가 얼굴을 찌푸렸다.
"왜, 평생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것처럼 느끼며 살다가, 어느 날, 어딘가로 들어섰는데, 거기가 대학이건 사무실이건 어떤 클럽이건 간에 들어서자마자 '아, 그들이 여기 있었구나'하는 느낌이 오는 사람들 말이야. 그러면서 갑자기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전 어디서도 고향에 온 듯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데요."
"지금은 그렇겠지."
니키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럼 아저씨는 어디에서 그렇게 느끼셨는데요?"
"대학 때 컴퓨터실에서. 난 컴퓨터만 아는 괴짜였거든. 거기서 절친한 친구가 된 로넌을 만났지. 그리고 내 회사도."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 바로 얼마 전 이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고전문학작품들을 읽고 싶어서 작은 모임을 만들었고, 거기서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었다.
나까지 3명이서 함께, 2달 동안 그 벽돌책을 읽으면서
작품의 초반에는 '왜 이렇게 장마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냐'고 이야기하고,
후반에는 작가의 엄청난 필력에 함께 놀랐다.
아줌마 셋이서 단톡방에서 아침, 저녁으로 책 이야기만 하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 때도 내가 무슨 소설책을 읽는지는 부모님은 관심이 없으셨고,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은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청준 선생님의 서편제를 찾아읽는 나를 별종 취급했다.
누구를 만나든 책을 좋아하는지 탐색했고,
나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런데 30살 중반에 그런 친구들을 드디어 만나서 감사하다.
"숫자에서 재밌는 점은요,"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탠지가 말을 꺼냈다.
"항상 숫자인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i는 허수이고, Pi는 초월함수잖아요. 그리고 e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것들을 함께 놓으면, e의 i제곱 곱하기 pi는 마이너스 1이에요.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숫자가 되는 거예요. 마이너스 1은 숫자가 아니잖아요. 숫자가 있어야 하는 공간일 뿐이지."
"무슨 소린지 아주 잘 알아듣겠네." 니키가 말했다.
"난 이해하겠는데." 니콜스 씨가 말했다.
"나도 몸이 있어야 하는 곳에 그냥 공간만 있는 느낌이거든."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교사인 어머니에게는 여덟 살짜리 서른 명이 앉은 교실을 쥐 죽은 듯 고요하게 만든 뒤,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 안으로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처럼 아이들을 고분고분 시험에 임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자신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어준 기억이 제스에게는 없었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지어지는 그런 미소 말이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제스에게는 오직 나비처럼 그녀를 꼼짝 못하게 속박하려는 사람의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게 바로 문제였다. 누군가를 항상 속박하려 들면 그들은 결국 옳은 말에도 귀를 막아버린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엄마가 아이를 꼭 안아주지 않으면, 네가 바로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으면,
심지어 집에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제스는 잘 알았다.
마음속의 작은 부분이 단단히 봉인된다.
엄마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누구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러고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한 채 기다린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왔다가 자신에게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발견하게 되기를,
처음에는 보지 못한 뭔가를 발견하고 점점 차갑게 변해가다
그들 역시 사라져버리기를.
바다안개처럼.
자신을 낳아준 엄마조차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주인공 제스의 엄마에 대한 구절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라고 생각되는 구절들.
난 좋은 소설은 언제나 좋은 육아서라고 생각한다.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다보면 꼭 '오늘의 내 육아'에게 주는 메시지가 나온다.
"난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에드. 당신하고든 누구하고든요. 내 삶에는 그런 '하나 더하기 하나의 관계' 같은 게 들어간 공간이 없어요."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에드도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인도 아대륙을 좋아하는 것처럼 추상적으로 좋아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갑지만 그 곳에 관한 지식은 전혀 없으며, 실제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도 느낀 적이 없는 그런 곳 말이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니키가 말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었다. 여덟 살 때 아빠와 제스에게로 온 이후, 사람들은 그에게 '감정'에 대해 말하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게 무슨, 끌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열어 보일 수 있는 커다란 배낭이라도 되듯이.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일상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아니면 지난 며칠간의 체험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아빠가 나를 만나서 정말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불현듯 깨달음이 왔다. 아빠는 얼간이지만, 나의 얼간이고, 내게 있는 유일한 얼간이였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
니키의 이야기.
대수의 법칙과 결합한 확률 법칙에 따르면, 불리함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일을 점점 더 많이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더 많이 할수록 성공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 엄마에게 설명한 것처럼, 때로는 그냥 계속해서 하는 수 밖에 없다.
-조조 모예스, 원플러스원 중에서